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 위기 속

주목받는 한수정

우리는 한수정 생각의 발견
글. 이은파 연합뉴스 기자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지난해 전국 곳곳에 대형 산불이 나면서 큰 상처를 남겼다.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3월 4일부터 14일까지 40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 이 기간 울진·삼척, 강릉·동해, 영월 등 동해안권 산불 피해 면적이 2만 676ha에 달했고, 이 가운데 울진·삼척의 산불 피해 면적 1만 6,302ha 중 30%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부터 5월 15일까지 발생한 산불만 497건으로 집계됐으며, 피해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2.9km2)의 16배인 4,654ha(46.54km2)에 달한다. 지난 10년 평균 건수인 391건보다 27%, 10년 평균 면적인 3,423ha에 비해 36% 증가한 수치다. 피해 금액은 공익적 가치 1,663억 원과 복구비용 479억 원, 입목 피해 441억 원, 진화 비용 41억 원 등 총 2,62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100ha 이상 피해가 난 충남 홍성 등 전국 12개 자치단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고, 사망 1명·부상 34명 등 인명피해와 주택 268동·농축산 시설 291건 등 68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가 산불로 인해 붉게 훼손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충청권과 경북 북부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주민들이 시름에 잠겼다. 이번 장마 기간 쏟아진 폭우로 전국에서 47명이 숨지고, 1,554명이 집을 잃었다.

장마가 끝나니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연일 기온이 35℃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재난이 일상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급기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두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회원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기후변화 피해가 너무 커 지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만큼 200여 개에 이르는 회원국이 힘을 모아 문제를 극복해 나가자는 간절한 호소다.

기후변화에 따른 과제와 한수정의 활약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예견한 UN은 1992년 생물다양성 협약과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고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UN은 지난해 말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개최하고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를 채택했다. 이 전략에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담겼다.

우리나라 정부도 기후변화를 위기(위험성)관리 대상으로 인지하고, 변화하는 기후 적응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2월 ▲경제구조 저탄소화 ▲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이란 3대 정책 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등 관련 정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이란 다소 낯선 이름의 국가기관이 주목받고 있다. 한수정은 정부가 이런 국제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7년에 설립한 글로벌 산림생물 보전·복원 선도기관이다. 한수정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산림청이 조성한 기후대별 국립수목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군), 국립세종수목원(세종시), 국립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군)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지구환경 위기 대응 정책에 발맞춰 2024년에 한국정원문화원(전남 담양군)을, 2025년에는 정원소재실용화센터(강원 춘천시)를, 2027년에는 국립새만금수목원(전북 김제시)을, 2031년에는 국립난대수목원(전남 완도군)을 차례로 개원할 방침이다.

한수정은 기후변화 위기 및 대형산불 등 국가적 재난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심각하게 위협받는 산림생태계 보전·복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수정은 한국산지보전협회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경북대, 한국산림기술사협회 산림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민·관·학 협력 산불 피해 생태복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산불 피해지 중 보전 가치가 큰 울진·삼척 보호구역에 대한 산림생태복원 전략을 수립해 생물다양성 복원 공익가치를 증진하는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 산불의 잇단 발생 등 국가적 재난 증가에 따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산림생물자원 보전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시아협력기구 및 중앙아시아 4개국과 시드볼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데 이어 문화재청과 협력해 2026년까지 천연기념물 종자 170여 개체를 수집해 시드볼트에 저장할 계획이다.

최근 탄소중립 이행과 가드닝(정원을 가꾸고 돌보는 일)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민 생활 속 녹색문화 확산과 정원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민간정원 활성화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전국 58개 민간정원을 대상으로 자생식물 보급사업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 속 탄소중립 선도와 산림생물 보전·복원, 생활 속 정원 인프라 확대, 정원문화 활성화를 통한 정원산업 발전의 든든한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한수정의 활약에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