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백두대간수목원
· 국립세종수목원
·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설레는 한수정 언제나 수목원
글. 박영화 사진. 고인순

살아 숨 쉬는 자연의 보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첩첩산중 넓게 자리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수목원이다. (5,179ha)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위치한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33%가 서식하고 있는 중요 생태축이다.
깊은 산속 호랑이숲에 방문한다면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를 볼 수 있는 암석원. 암석원 앞 벤치에 앉으면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첩첩산중, 깊고 깊은 산골짜기 봉화로 향하는 길.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화창했다. 되레 며칠 동안 내린 비에 잎들이 진한 초록빛을 띠며 한층 더 싱그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자연경관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km를 잇는 백두대간. 높은 산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 펼쳐진 대자연을 보니 잠시 넋을 잃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총면적은 5,179ha, 1,500만 평으로,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두대간과 고산 지역 산림생물자원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39개의 전시원에 기후변화에 취약한 희귀식물 315종과 특산식물 164종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45.5%가 바로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희귀·특산식물인 만큼 수목원에서는 매년 여름과 가을에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을 개최해 식물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고 있다. 가을 축제는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바로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는 호랑이숲이다. 호랑이의 야생성을 지켜줄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축구장 6개 면적의 호랑이숲에서 백두산호랑이 6마리가 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몸을 이리저리 뒤집고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오래도록 시선을 뺏기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특별한 장소가 또 있다.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세계 유일의 지하터널형 야생식물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다. 현재 전 세계 식물의 약 40%가 멸종위기라고 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 전쟁 및 핵폭발과 같은 지구 대재앙으로부터 식물유전자원(종자)을 안전하게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곳에서라면 무더운 여름일지라도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 MUST-VISIT PLACES ·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꽃내음, 풀내음 가득한
39개의 주제전시원 중 6곳

수목원 특별전시 방문자센터 전시관
2024년 3월 31일까지는 약용식물의 활용 가치를 전하는 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기획한 ‘치유의 풀’이, 2024년 5월 19일까지는 산불예방 및 산림복원을 위한 특별전시 ‘불멍’이 진행된다.

몸에 좋은 식물은 뭘까? 약용식물원
전통과 현대의학에서 약으로 쓰이거나 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수집하여 소개하는 정원이다. 폐, 심장, 위 등 몸에 좋은 약용식물을 구분해 전시 중이다. 대표 수종으로는 헛개나무, 참느릅나무, 산수유, 참당귀, 두메부추, 감초, 단삼 등이 있다.

백두산호랑이가 이곳에! 호랑이숲
호랑이숲은 백두산호랑이의 종 보전과 야생성을 지키기 위한 보금자리다. 입체적이고 실감 나는 자연생태형으로 조성하여 호랑이 생육에 적합한 장소로 설계했다. 호랑이숲은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여름에도 냉기 가득 알파인하우스
다양한 희귀 고산식물을 알파인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식물자원들의 안전한 보전과 전시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산식물 보전시설이다. 세계의 고산지대를 모방한 세 개의 냉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원하고 척박한 고산지대 특수환경을 재현해 놓았다.

바위 사이에 부는 시원한 바람 암석원
알파인하우스가 더위를 막는 전시원이라면, 암석원은 야외에서 냉실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고산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기 위해 조성한 정원으로, 지하 1.5m까지 자갈을 깔아 여름철 기온을 낮췄다. 암석원에서는 둥근잎꿩의비름, 가는잎향유와 같은 우리나라의 귀한 자생식물을 볼 수 있다.

5~6월에 피는 꽃, 만병초 만병초원
만 가지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의 만병초. 대표적인 고산성 수목인 만병초를 한자리에 조성한 정원이 만병초원이다. 기존 일본잎갈나무림 자생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양치식물을 함께 식재하고, 홍만병초 외 45분류군을 전시했다.

초록이 주는 행복이 있지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야간관광 문화 선도를 위해 야간개장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6월 3일부터 9월 23일까지 진행됐다.
하늘에서 본 국립세종수목원의 전경.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세종수목원은 세 개의 관람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수목원에서 아파트 풍경이 보인다.
지중해온실에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와 물병나무, 올리브 나무 등 이색 식물 200여 종이 살고 있다.
열대온실은 실제 작은 열대 우림 지역에 들어선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으로 800여 종의 열대식물이 살고 있다.
사계절전시온실에서 개최된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특별전. 동화 속 귀여운 주인공인 피터 래빗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즐거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높은 습도, 먹구름 가득한 하늘, 오락가락 빗줄기···. 한여름 날씨는 심술궂다. 그래도 여름이어서 행복할 때가 있다. 초록의 자연을 만나는 순간이다. 깊은 산속이 아니어도 도심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2020년 10월 국립세종수목원을 오픈했다.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인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면서 논이었던 평지를 정리해 만든 곳으로, 정부청사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워진 수목원이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온대중부권역 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한국전통정원 문화를 계승하는 정원으로 조성되었다.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후계목정원, 무궁화원, 정원식물가늠터, 희귀·특산식물원, 청류지원 등 총 25개의 전시원으로 나뉘는데, 하루에 작정하고 돌기에도 만만찮을 정도로 넓다.

국립세종수목원이 여느 수목원과 다른 점은 국내 최대 온실이 있다는 점이다. 붓꽃의 세 개 꽃잎 모양을 형상화하여 디자인된 건물로,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나뉜다. 높이는 30m에 달하고 넓이는 약 1만㎡나 되는 온실의 중앙홀 구역은 카페와 휴식,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먼저 지중해온실에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와 물병나무, 올리브나무, 대추야자 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 식물 200여 종이 살고 있다. 열대온실은 ‘신비로운 열대 우림, 비밀의 숲 탐험’을 주제로 하여, 마치 열대 숲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알스토니아와 파파야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열대 과일과 생김새도 다양한 식충 식물, 가시 달린 큰 잎을 가진 빅토리아 수련,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맹그로브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은 특별전시온실이다. 이곳은 계절과 주제에 맞춰 기획전시를 바꾸는데, 전시가 바뀌어도 인증사진은 필수로 촬영해야 하는 포토존이다. 11월 초까지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특별전을 진행했다. 동화 속 귀여운 주인공인 피터 래빗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시는 2차원 팝업(POP-UP) 스타일로 연출돼 동화책 속에서 캐릭터들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온실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날에 내린 비에 하늘이 더 청명하다.
어린 나무들이 햇살을 받아
푸르게 영글어 가는 수목원의 풍경.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 주기를.

· MUST-VISIT PLACES ·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의 특색 있는 볼거리

푸른 식물들의 낙원 사계절전시온실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이 온대중부권역 식물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조성한 정원인 만큼, 온대중부권역의 식물자원을 대표하는 붓꽃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 크기는 축구장 1.5배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풍류를 즐기던 그 장소 한국전통정원
왕의 정원(궁궐정원)과 선비의 풍류(별서정원), 백성의 마당(민가정원)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며 동화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여유와 지혜를 재현한 곳이다. 역사상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창덕궁 후원을 재현해 궁궐정원을 조성했다. 궁궐정원에 식재된 수종도 창덕궁에 식재된 것을 중심으로 매실나무, 화살나무, 옥잠화, 원추리 등이다.

희귀·특산식물 보전을 위해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은 사라져 가는 희귀식물과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 등 우리가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는 식물을 수집·보전·전시하는 공간이다. 청류지원(습지원)을 배경으로, 물잔에 띄운 나뭇잎을 형상화했다. 연화바위솔, 바늘엉겅퀴 등 331종을 관찰할 수 있다.

수변길을 따라 꽃들의 향연 청류지원
수목원 내에 조성된 인공수로다. 물가나 물속에 자생하는 다양한 수생·수변식물과 함께 계절별로 찾아드는 철새와 물새도 관찰할 수 있다. 청류지원은 연구동 앞 함양지에서 출발한 물길이 한국전통정원을 돌아 민속식물원까지 약 2.4km로 이어져 있다.

자연에서 놀자! 어린이정원
어린이들이 자연에서 뛰놀 수 있는 전시원이다.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숲속놀이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험동굴, 서양측백나무 울타리로 둘러싼 미로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미로정원에서 길을 잃었다면 전망대 계단에 올라 길을 찾으면 된다.

색색의 야생화 감상 야생화원
전통 모시 조각보를 모티프로 디자인된 야생화원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전시원이다. 드넓은 공간에 야생화를 색상별로 심어 마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다운 곳이다.

쉬엄쉬엄 우리 식물을 만나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민간이 운영하다가 2021년 7월 산림청에 기증되어 국립식물원으로 전환되었다.
자생식물 4,500여 종 중 1,400여 종을 수집하여 연구·증식 중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민간이 운영하다가 2021년 7월 산림청에 기증되어 국립식물원으로 전환되었다.
자생식물 4,500여 종 중 1,400여 종을 수집하여 연구·증식 중이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우거진 나무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다. 평창 오대산 자락,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데,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우리 꽃과 멸종위기식물을 비롯해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식물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총 1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지나칠 수도 있다. 이 중 희귀자생식물보전원, 멸종위기식물보전원, 한국특산식물보전원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자생하거나, 분포지가 한정되어 있거나, 개체수가 많지 않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가까운 미래에 자생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식물로 개느삼, 산작약, 연잎꿩의다리 등이 있는데, 이름표가 있어도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고 자세히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너무나 귀해 한 송이만 발견해도 반가움에 절로 환호하게 될 것이다.

재밌는 공간도 있는데, 동물명칭식물원과 사람명칭식물원이다. 범꼬리, 노루오줌, 박쥐나무, 제비꽃 등 동물 이름과 할미꽃, 동자꽃, 각시취, 홀아비꽃대 등 사람을 연상케 하는 이름의 식물들이 한곳에 모여 식재되어 있다. ‘이런 이름도 있네’ 하며 새삼 꽃 이름에 놀라게 되는 장소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외래종과 원예종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 MUST-VISIT PLACES ·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우리 꽃과 나무

보기 어려운 귀중한 식물의 보고 희귀자생식물복전원
가치가 높아 가장 우선적으로 증식하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식물들에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최후의 보루다. 2004년 5월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야생식물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가시오갈피나무, 연잎꿩의다리, 각시수련, 제비동자꽃, 제비붓꽃 등의 멸종위기식물을 보전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 모습 그대로 생태식물원
이곳은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곳으로, 우리 정원에 잘 어울리는 키 작은 나무와 그와 더불어 다양하게 살아가는 초본식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피톤치드 가득한 솔숲과 맑은 계곡이 둘러싸고 있어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독미나리를 볼 수 있는 독미나리보전원
6월에서 8월 사이에 개화하는 독미나리는 여러해살이풀로 습지에서 자라는 유독식물이다. 환경부에서 독미나리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할 만큼 개체 수가 매우 적고 보기 어렵다.

식물 이름이 재밌네! 동물명칭·사람명칭식물원
범꼬리, 노루오줌, 박쥐나무, 제비꽃 등 동물의 이름이나 할미꽃, 동자꽃, 각시취, 홀아비꽃대 등 사람과 관련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각각의 재미있는 또는 슬픈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식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