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첩첩산중 넓게 자리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수목원이다. (5,179ha)
첩첩산중, 깊고 깊은 산골짜기 봉화로 향하는 길.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화창했다. 되레 며칠 동안 내린 비에 잎들이 진한 초록빛을 띠며 한층 더 싱그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자연경관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km를 잇는 백두대간. 높은 산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 펼쳐진 대자연을 보니 잠시 넋을 잃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총면적은 5,179ha, 1,500만 평으로,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두대간과 고산 지역 산림생물자원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39개의 전시원에 기후변화에 취약한 희귀식물 315종과 특산식물 164종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45.5%가 바로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희귀·특산식물인 만큼 수목원에서는 매년 여름과 가을에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을 개최해 식물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고 있다. 가을 축제는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바로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는 호랑이숲이다. 호랑이의 야생성을 지켜줄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축구장 6개 면적의 호랑이숲에서 백두산호랑이 6마리가 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몸을 이리저리 뒤집고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오래도록 시선을 뺏기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특별한 장소가 또 있다.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세계 유일의 지하터널형 야생식물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다. 현재 전 세계 식물의 약 40%가 멸종위기라고 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 전쟁 및 핵폭발과 같은 지구 대재앙으로부터 식물유전자원(종자)을 안전하게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높은 습도, 먹구름 가득한 하늘, 오락가락 빗줄기···. 한여름 날씨는 심술궂다. 그래도 여름이어서 행복할 때가 있다. 초록의 자연을 만나는 순간이다. 깊은 산속이 아니어도 도심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2020년 10월 국립세종수목원을 오픈했다.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인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면서 논이었던 평지를 정리해 만든 곳으로, 정부청사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워진 수목원이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온대중부권역 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한국전통정원 문화를 계승하는 정원으로 조성되었다.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후계목정원, 무궁화원, 정원식물가늠터, 희귀·특산식물원, 청류지원 등 총 25개의 전시원으로 나뉘는데, 하루에 작정하고 돌기에도 만만찮을 정도로 넓다.
국립세종수목원이 여느 수목원과 다른 점은 국내 최대 온실이 있다는 점이다. 붓꽃의 세 개 꽃잎 모양을 형상화하여 디자인된 건물로,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나뉜다. 높이는 30m에 달하고 넓이는 약 1만㎡나 되는 온실의 중앙홀 구역은 카페와 휴식,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먼저 지중해온실에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와 물병나무, 올리브나무, 대추야자 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 식물 200여 종이 살고 있다. 열대온실은 ‘신비로운 열대 우림, 비밀의 숲 탐험’을 주제로 하여, 마치 열대 숲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알스토니아와 파파야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열대 과일과 생김새도 다양한 식충 식물, 가시 달린 큰 잎을 가진 빅토리아 수련,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맹그로브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은 특별전시온실이다. 이곳은 계절과 주제에 맞춰 기획전시를 바꾸는데, 전시가 바뀌어도 인증사진은 필수로 촬영해야 하는 포토존이다. 11월 초까지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특별전을 진행했다. 동화 속 귀여운 주인공인 피터 래빗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시는 2차원 팝업(POP-UP) 스타일로 연출돼 동화책 속에서 캐릭터들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온실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우거진 나무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다. 평창 오대산 자락,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데,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우리 꽃과 멸종위기식물을 비롯해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식물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총 1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지나칠 수도 있다. 이 중 희귀자생식물보전원, 멸종위기식물보전원, 한국특산식물보전원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자생하거나, 분포지가 한정되어 있거나, 개체수가 많지 않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가까운 미래에 자생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식물로 개느삼, 산작약, 연잎꿩의다리 등이 있는데, 이름표가 있어도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고 자세히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너무나 귀해 한 송이만 발견해도 반가움에 절로 환호하게 될 것이다.
재밌는 공간도 있는데, 동물명칭식물원과 사람명칭식물원이다. 범꼬리, 노루오줌, 박쥐나무, 제비꽃 등 동물 이름과 할미꽃, 동자꽃, 각시취, 홀아비꽃대 등 사람을 연상케 하는 이름의 식물들이 한곳에 모여 식재되어 있다. ‘이런 이름도 있네’ 하며 새삼 꽃 이름에 놀라게 되는 장소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외래종과 원예종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