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요. 그러던 중 대학교를 세종으로 가게 되었는데, 동기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으니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세종 곳곳을 놀러 다니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갔던 곳 중 세종이 고향인 동기가 멋진 곳이 있다면서 데려갔던 국립세종수목원이 특히 좋았어요.
촌에서 살던 저는 수목원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몰랐어요. ‘집 주변에 널린 게 나무인데 왜 수목원에 가지?’라고 생각했었죠. 수목원에 가고 나서야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초록빛 가득한 새로운 세계였거든요. 사계절전시온실에서 사진을 찍었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우리와 기후대가 다른 지중해식물과 열대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인데요. 특히 자라면서 몸통이 물병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물병나무’라고 불리는 ‘케이바 물병나무’가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물병나무 앞에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제 방 벽면에 꾸며놨답니다. 아, 벌레를 잡아 소화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식충식물도 신기했어요. 결국 가든숍에서 달콤한 꿀로 곤충을 유인하여 포획한다는 파리지옥풀을 구입하기도 했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신세계였어요.
괜히 우울해지고 에너지가 빠진 느낌이었어요. 그때 국립세종수목원이 생각나더라고요. 그곳은 산과 들, 온통 초록이었던 제 고향을 생각나게 했거든요.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초록의 식물을 보니깐 마음에 평화가 생기더라고요. 그 뒤로 계절이 바뀔 때면 꼭 한 번씩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 계신 엄마가 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며 세종에 오셨어요. 자취를 시작하고 엄마가 올라오신 게 처음이어서 어디를 가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국립세종수목원이 생각났습니다.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 특별한 곳이기도 했고, 다리가 아프신 엄마와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었거든요. 딸의 손에 이끌려 온 엄마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하셨어요. “어머, 여기 너무 좋다~!”, “이건 무슨 식물일까?”, “너무 예쁘네!” 초록빛 자연 아래,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컷 남겼어요. 그리고 엄마는 고향으로 가는 길에, 제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 좋은 데 데려가 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가자~!”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엄마는 그때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합니다. “거기, 수목원 참 좋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 직장생활을 하며 바쁘게 사느라 못 갔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또 한 번 가야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