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단풍으로 무르익은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가을

우리는 한수정 언제나 수목원
글. 양지예 사진. 고인순
11월의 첫날, 백두대간의 중심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방문했다.
식물원이라 하면 보통 꽃을 보러 오는 관람객이 많아 비교적 가을에는 발길이 뜸해지곤 한다.
하지만 가을이 무르익은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풍광은 울긋불긋 아름답다.
오색찬란한 나무 아래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가을을 만나본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식물원의 모습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잎과 탐스러운 꽃이 만발해 볼거리가 풍성하고, 가을에는 빨갛게 노랗게 물든 수목이 발길을 잡는 식물원. 식물원의 사계절은 그 나름으로 모두 아름답다. 11월에 접어든 국립한국자생식물원도 가을을 맞아 단풍이 지기 시작하면서 연구센터 창밖으로 봄, 여름과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노란색으로 물든 우리나라 고유종 히어리 나무와 새빨간 단풍나무가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가을을 예쁘게 물들이고 있다. 꽃도 단풍도 하루하루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 방문해도 사시사철 조금씩 변화하는 식물원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로만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으로, 멸종위기 식물을 비롯해 희귀식물,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식물이 보전되어 있다. 자생식물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국내에 서식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식물들을 뜻한다. 연구센터에서 출발해 ‘희귀식물원’, ‘특산식물원’을 거쳐 ‘비안의 언덕’, ‘모둠정원’ 등 9개의 전시원을 모두 산책하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희귀식물원’은 멸종위기 식물과 희귀 자생식물 등 식물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증식하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식물을 전시한 공간이고, 이어지는 ‘특산식물원’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360종의 한국 특산식물 중 91종을 수집해 보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각의 전시원마다 특색에 맞는 다양한 식물들이 조성되어 있고 특별히 멸종위기 식물 23종을 지정받아 증식해 서식지 복원에 힘쓰고 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1월 말에서 2월경 개화하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식물원의 식물들은 하나둘 꽃을 피워 5월에서 한여름까지 만발한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현재는 울긋불긋 단풍잎을 이불 삼아 흙 속에서 겨울잠을 준비하며 다시 꽃을 피울 봄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산책하다 보면 ‘희귀식물원’과 ‘특산식물원’을 지나 군락지를 형성하는 야생화 재배단지 ‘비안의 언덕’에 다다른다. 식물원의 도로명을 따서 만든 ‘비안의 언덕’은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한때 멸종위기 2급 식물이었던 깽깽이꽃을 비롯해 벌개미취, 분홍바늘꽃, 꽃창포, 산수국 등이 만발하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자랑거리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이용될 만큼 아름답다. 군락지에 23만 본의 식물을 재배해 앞으로도 아름다운 군락지의 명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꽃이 만발해 아름답게 일렁이는 군락지의 모습은 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5월에서 한여름에나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가을에는 무르익어 가는 나무에 맺힌 다양한 열매와 알록달록 단풍을 구경할 수 있으니 아쉬워하지 말자.

특히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산딸나무길’은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산딸나무길’은 식물원에서 제일 시원한 곳으로 한여름에는 식물원을 관람하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명당이기도 하다. 산딸나무에 하얀 꽃이 만발하면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눈길을 사로잡고, 가을에는 동글동글 귀여운 붉은색 열매가 달려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다.

노란 히어리 나무와 새빨간 단풍나무가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가을을 예쁘게 물들인다.

조금 더 깊숙한 숲길로 들어서면 우리 고유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비밀의 화원’과 신갈나무와 소나무가 자생하는 숲속에서 다양한 식물들을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생태숲길’을 만날 수 있다. 백두대간 일대에서 유명한 금강송이 하늘 높이 쭉 뻗어 있고 그 밑에 산수국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어 7월에 절정을 이룬다. 식물원 입구에서 조금 먼 거리에 위치해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하기 때문에 조용히 산책할 수 있고 잔디밭이 있어서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다.

그 밖에도 기린초, 노루귀, 병아리꽃나무 등 동물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을 전시한 ‘동물이름 식물원’은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식물을 알아보기 좋은 공간이다. 골목 사이사이 미로처럼 조성된 길마다 나무와 꽃들이 심겨 있어 구석구석 살펴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시시각각 바뀌는 식물원의 모습을 목도하려면 계절마다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한다.

리뉴얼을 통해 관람객들과 더욱 가까워지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민간이 운영하다가 2021년 7월 산림청에 기증되어 국립식물원으로 전환되었다. 기증 이후 2023년부터 1년간의 리뉴얼을 통해 지난 7월 26일 재개장했다. 산림청 산하 국립식물원이 되면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국립세종수목원과의 연계도 활발해졌다.

현재 리뉴얼 후 전시하고 있는 ‘모둠정원’은 일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의 지원을 받았다. ‘모둠정원’은 자생식물을 활용해 다양한 정원의 형태를 예시로 꾸며놓은 공간으로, ‘옹달샘정원’, ‘산나물정원’, ‘우리집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을 키우고 재배하는 것은 관상용이나 식용의 가치도 있지만 최근에는 치유와 힐링의 개념으로 정원을 가꾸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모둠정원’을 통해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원 디자인의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산나물정원’에는 곰취, 참당귀, 뽕나무, 산미나리 등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텃밭에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요즘 감각에 맞는 정원의 형태로 바꿔서 재배할 수 있는 예를 제시해 관람객들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정원은 종합 예술로 어떤 식물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할지, 돌이나 소품들을 어떤 방법으로 디자인할지 다각도로 생각해야 한다. 보통 개인이 정원을 꾸밀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정보를 얻을 곳이 별로 없는데 이런 예시를 통해 나만의 정원을 꿈꾸는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원 디자인의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교육 목적으로도 식물원 방문을 추천한다. 프로그램 예약을 통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고 부채 만들기,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재미있는 체험도 함께할 수 있다. 또한 식물마다 이름과 설명, 개화 시기 및 열매가 열리는 시기를 표기해 놓았고 QR코드를 통해서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20년이 넘은 식물원으로 오랜 세월 정성스럽게 심고 가꾸어온 자생식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앞으로 수생식물, 멸종위기 식물이 자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리뉴얼하면서 사라진 온실도 2025년 12월 다시 개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