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백두대간을 알리는 한수정 사람들

우리는 한수정 한수정 사람들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나무가 좋아 내디딘 발걸음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다.
숲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무 곁에서만 맞을 수 있는 빛과 바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즐거움이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오용선·박춘화 해설사는 “언제고 찾아오시면 더 재미난 숲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더 깊고 푸른 백두대간 자락으로 당신을 부르는 초대장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오용선 해설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박춘화 해설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해설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말 그대로 수목원의 꽃과 나무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일이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39개 전시원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수목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숲 해설과 함께 자연 친화적인 체험을 통해 숲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박춘화
해설과 더불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우리 자생식물을 알리는 교육은 물론이고 아로마 테라피나 우드버닝 같은 체험형 강의도 호응이 높아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오용선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요즘, 수목원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가을 수목원은 봄, 여름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요. 가령 배초향의 씨앗은 유일하게 가을에만 볼 수 있죠. 오직 이 계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보물들을 놓치지 않고 방문객들과 함께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용선
새벽에 서리가 내려 가로수 잎이 거의 다 떨어졌어요. 이제 내년 봄을 준비하는 시기라 좀 허전해도 늦가을만의 비경을 품은 숲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고, 해설사의 입도 여전히 바빠지죠.(웃음) “저기서 얼마 전 지역 주민이 결혼식을 올렸어요”, “저기는 원래 전부 논이었는데, 땅을 북돋고 씨앗이 움터 이렇게 변했어요”라고 알려드리면 다들 신기해하며 좋아하세요.
박춘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오롯이 마주하고 계시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구간은 어디인가요?
모든 구간이 아름답지만, 요즘 가장 예쁜 곳은 만병초원 같아요. 만 가지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의 만병초는 대표적인 고산성 수목인데요. 진달랫과 식물 만병초의 다양한 품종과 양치식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들국화와 가을꽃, 금강송이 펼쳐진 잔디 언덕도 요즘 가을을 담뿍 머금고 있어요. 그네에 앉아 문수산 정상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이 싹 사라집니다.
박춘화
제가 좋아하는 구간은 꽃마숲공연장에서 숲정원에 이르는 산책로입니다. 꽃마숲공연장은 지역 주민이 결혼식도 하고, 숲속 공연도 열리는 아지트죠. 숲정원은 돌틈정원의 계곡 숲길을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숨겨진 정원인데,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고 집니다. 이름 모를 산새가 울고 잔잔한 햇살이 내리쬐는 나무 그늘에서 조용한 휴식을 누리셨으면 좋겠네요.
오용선
백두대간 더 가까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전문 해설사 9명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도보로, 전기 카트와 트램으로 수목원 곳곳을 누비며 흥미로운 숲 속 식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환경과 생태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목원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숲해설 프로그램 중 가장 자부하는 것이 있다면?
‘달려라! 어흥카트’ 꼭 타보셔야 합니다!(웃음) 친환경 전기카트로 수목원을 탐방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인데요. 최상단 알파인하우스부터 호랑이숲 등 30곳의 주요 전시원을 전문 해설사와 함께 90분간 둘러볼 수 있어요. 오늘 오전엔 도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방문객들이 이용하셨는데, 수목원 곳곳을 누비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춘화
‘숲속을 걸어요!’를 추천합니다. 70분 이상 걸으며 백두대간의 산림 생태 이야기를 듣는 도보 해설 프로그램인데요. 이동하면서 만나는 식물을 관찰해 보는 체험도 많이들 좋아하십니다. 오랜 시간 숲을 지켜온 백두대간의 나무 이야기와 함께 산림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겁니다.
오용선

자연과 사람을 촘촘히 연결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방문객도 많을 것 같아요.
60대 후반의 남성분이 맨발 걷기 체험 중 발이 아파 못 걷겠다고 하셨어요. 포기하지 말고 해보시라고,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권하면서 끝까지 끌고 갔더니 점차 곧잘 걸으시더라고요. 다 걷고 난 뒤에는 발에 붓기가 싹 빠져 신발이 헐렁해졌다며 신기해하셨죠. 다음 날 다시 만났는데,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며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오용선
제 해설을 듣고 익명으로 칭찬을 남기신 이름 모를 방문객 덕분에 매일 초심을 되새기고 있어요. 제 가방에서 자꾸 뭐가 나온다고 ‘도라에몽 만능 주머니’ 같다고 하신 분도 기억나는데요.(웃음) 수목원을 거닐다 발견한 예쁜 씨앗이나 열매를 색색의 집게로 장식해 선물로 드리곤 해요. 또, 해설 마무리 코스로 삼삼오오 걸터앉아 차를 마시는데요. 따뜻한 차를 담은 텀블러와 찻잔도 가방에 고이 담아 들고 다니죠. 계절마다 예쁜 나뭇잎을 주워 찻잔 받침도 매번 달리합니다. 오늘은 박태기나무 잎을 깔았는데, 정말 예쁘죠?
박춘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해설사로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관람객이 원하는 방향의 해설에 최대한 맞춰 수목원을 알리는 겁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드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에 또 찾아오실 수 있도록 노력해요. 아름다운 이 순간을 여한 없이 즐기고, 두고두고 보실 사진도 많이 찍어드리죠.
오용선
표정과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새로운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그곳만의 특별한 매력을 오롯이 전해드릴 수 있도록요. 저는 말의 힘을 믿어요.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잘 전달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말과 표정을 꾸준히 연습합니다.
박춘화

해설을 요청하는 탐방객이 부쩍 늘었다던데, 나만의 비기(秘技)가 있다면?
‘치유의 숲’이라고 하잖아요.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치유력을 주고 삶의 활기를 되찾아주는 숲이지만, 무작정 맹신하기보다는 바르게 알고 어울리는 법을 체득하도록 돕고 있어요. 오감을 통해 숲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 나무의 냄새, 계절에 따른 색의 변화 같은 걸 가만히 느껴보게 합니다. 깊이 호흡해 냄새를 맡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고 감탄하시죠.
오용선
흔히 만날 수 있는 풀이나 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관찰해 이야기를 나누고, 숲속 재료를 이용해 재미난 놀이도 합니다. 나뭇잎으로 강아지나 토끼를 만들 수도 있고, 뾰족한 씨앗을 주워 고슴도치도 만들 수 있지요. 자연물 놀이의 장점은 숲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열매를 활용해 마음껏 놀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겁니다.
박춘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내가 만족하고 행복해야 해설을 듣는 방문객도 행복한 시간이 된다고 믿어요. 자연과 함께하며 많은 사람과 행복을 함께할 수 있어 100% 만족하며 사는 만큼, 정년퇴직 후에도 쭉 수목원에서 일하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면, 봉화의 명산인 옥석산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오용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더없이 행복해요. 저처럼 자연을 통해 위안받고, 희망의 끈을 다시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제가 오늘도 숲 해설에 나서는 이유죠. 방문객들이 숲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뚜벅뚜벅 걸어 나갈 계획입니다.
박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