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하나 되는 행복, 꿈같았던 삶은 계속된다

아이디얼가든

정원 디자이너, 아이디얼가든 임춘화 대표
우리는 한수정 반갑습니다
글. 한율 사진. 이승헌
임춘화 대표는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 감성을 정원의 한 조각 한 조각에 녹여낸 정원 디자이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정원은 언제나 고요하면서도 따뜻하고, 식물들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된다.
경기도 광주시 회덕동에 자리한 그녀의 정원을 찾았다.

정원 디자이너라는 선구자의 길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임춘화 대표의 정원을 찾았다. 그러나 그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정원을 마주한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졌기 때문이다.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그녀의 정원은 두 계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평온함을 자아냈다. 곳곳에 피어난 보라색 쑥부쟁이가 깊어져 가는 계절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여름이 유난히 길었던 올해는 식물에게 정말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더위 탓에 구절초와 같은 가을꽃들이 제때 피지 않았고, 쑥부쟁이도 평소보다 한참 늦게 꽃을 피웠죠. 제 정원에는 쑥부쟁이가 정말 많습니다. 가을이 되면, 쑥부쟁이가 정원의 주인공이 됩니다.”

정원과 그곳을 차지한 식물들에 대해 설명하는 임춘화 대표의 얼굴에는 쑥부쟁이를 닮은 소박한 미소가 가득 퍼져 있었다. 정원에 있을 때, 그녀는 세상 어떤 사람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마치 정원의 모든 식물과 하나가 된 듯, 그녀의 행복은 생동감이 넘친다.

임춘화 대표는 국내 정원 디자이너 1세대이자, 한국 정원 디자인의 선구자다. 그녀는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대학(Leeds Metropolitan University)과 영국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 할로 카 가든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든 디자인 전문가 과정을 수학하고, 도시경관 생태조경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한국에 돌아와 ‘아이디얼 가든’을 창업하고, ‘가든디자인스쿨’을 설립하여 정원 디자인 교육을 시작했다. 정원을 갖고 싶고, 꾸미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후 한국 정원 디자인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루며, 우리나라 정원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정원

정원 디자이너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먼저, 의뢰인의 요구를 반영해 부지의 규모와 토양, 환경 등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원의 스타일을 결정한다. 그런 다음 연못, 화단, 쉼터 등 각 공간의 구체적인 디자인을 구상한다. 공간 디자인이 완료되면, 그에 맞는 시설물을 설계하고, 마지막으로 식물로 정원을 완성하는 식재 디자인을 진행한다. 어떤 나무와 꽃을 심을지 결정되면 종자, 크기, 형태, 색상, 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식물들을 배치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예술적 감각, 공학적 지식, 인문학적 통찰력이 균형 있게 요구된다.

식물이 조화롭게 식재된 정원은 그 자체로 감상하는 이가 주인이 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임춘화 대표는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정원을 설계한다.

“정원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입니다. 시설물이나 조형물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식물이 주인공이 될 수 없고, 결국 정원은 생명력을 잃게 되죠.”

임춘화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정원을 손수 꾸며오며 매 순간 큰 보람을 느꼈다. 자신이 디자인한 정원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지상에 낙원을 선물한 듯한 기쁨이 밀려왔다. 그 정원 속에서 사람들이 기쁨과 위안을 얻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큰 행복을 느꼈다.

“그동안 작업한 모든 정원이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강화도의 ‘해오름힐링센터’ 정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그곳에서 행복을 느끼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마음은 벅차오릅니다. 경기도 위례의 푸르지오 정원은 특히 애정이 가는 곳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이지만, 주민들이 마치 자기 집 정원처럼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곳에 사는 주민이 정원의 변화를 전해오는데, 그 또한 제게 큰 기쁨입니다.”

임춘화 대표는 공공정원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정원을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직업적 가치라고도 생각했다. 이러한 신념은 그녀의 작업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원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정원에서 느끼는 다양한 기쁨처럼, 사람들도 정원을 통해 만족과 기쁨을 느꼈으면 합니다. 정원이 우리의 삶 속에서 늘 함께하며, 사람들에게 진정한 안정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꿈같았던 지난 20년, 그녀의 열정은 계속된다!

임춘화 대표는 정원 디자이너로서 활동한 지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다. 그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셀프 안식년을 가졌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제가 영국에서 정원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드물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그게 뭐냐’고 묻지 않습니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원을 꾸미고 싶어 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정원을 주제로 한 중요한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입니다.”

임춘화 대표에게 지난 20년은 어떠한 시간이었을까? 그녀는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저마다 중요한 관심사가 한두 가지씩은 있죠. 저에게는 그게 정원이었어요. 정원보다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정원에 관심을 가지면, 어디를 가든 정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보게 됩니다. 만약 제가 정원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다른 일을 했겠지만, 지금처럼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풀 림(林), 봄 춘(春), 꽃 화(花). 어쩌면 그녀의 이름 석 자는 정원 디자이너의 삶을 살아갈 운명이지 않았을까. 정원을 향한 뜨거운 사랑,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 그리고 정원 속에서 자신이 가장 큰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정원은 임춘화 대표에게 ‘꿈같은 삶’을 살게 해준 원천이었다.

정원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다. 정원은 오감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자, 사람들의 감정이 얽히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기쁨을 찾고, 누군가는 위로를 얻는다. 일상 속 바쁜 시간을 잠시 잊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며 치유하는 공간. 그것이 바로 정원이다. 그래서 임춘화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원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