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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자’ 비하인드!
봉화에 활기를 채운 숨은 주역

‘봉자’ 비하인드!
봉화에 활기를 채운 숨은 주역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고객서비스실

봉화군의 가을이 깊어가던 날, 봉자페스티벌과 가든하이킹의 열기가 산자락을 가득 채웠다. 지역 농가와 상인, 예술가, 주민들이 함께 움직이며 산골 마을에서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봉자페스티벌의 북적임 속에서도, 가든하이킹의 길 위에서도, 그리고 도시 한복판에서 봉화의 이름을 알린 봉자장터에서도— 그 모든 현장에는 묵묵히 준비하고 뛰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봉화를 조금 더 빛나게 만든 이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고객서비스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가 건네고 싶은 이야기

축제와 행사를 기획하면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수목원)이 가장 오래 붙들고 고민한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 기후위기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지켜야 할 것들, 다시 연결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올해 봉자페스티벌의 주제를 <꽃, 별에 그리우다>로 정했다. 방문자센터에서 열린 ‘ESG ART 특별전시’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별일 없이 꽃 피우는 중>이라는 주제가 탄생했다.

<꽃, 별에 그리우다>는 시적이며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어요. 여기서 ‘별’은 하나의 대상이 아니에요. 별은 수목원이 지켜야 할 별이 될 수도 있고, 도시화로 잃어버린 자연, 백두대간의 상징인 호랑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일 수도 있어요. ‘꽃’은 결국 지켜내고 싶은 마음, 우리 스스로를 나타내요. 별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마음 안에는 지켜야 할 자연과 미래가 함께 담겨 있죠.” – 임새랑 주임

“꽃이 별일 없이 피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담겨있어요. 농가, 예술인 그리고 지역사회까지… 그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 박선우 주임

‘어슬렁 코스’의 탄생

올해 가든하이킹은 기존 2개 코스에서 3개 코스로 확대되었다. 명칭 또한 수목원만의 정체성을 담아 백두대간 ‘호랑이’ 콘셉트로 코스명을 재정비했다. 어흥 코스(20km), 으르렁 코스(6km) 그리고 어슬렁 코스(4km)까지. 특히 신규 코스인 어슬렁 코스는 수목원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는 배리어프리 하이킹으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게 계획되었다.

“코스 이름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Sky, Forest 같은 영단어를 혼용한 명칭도 아이디어로 나왔지만, 국립백두대간수목원만의 정체성을 담길 원했어요. 그러다 문득 ‘옛날 이곳에도 호랑이가 살았을 텐데… 그 호랑이가 지금의 하이킹 코스를 걸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했어요. 백두대간을 누비던 호랑이의 발걸음과 울음소리를 이미지화해 ‘어흥–으르렁–어슬렁’이라는 재미있는 이름들이 떠올랐죠. 그리고 코스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등장하는 호랑이 퍼포먼스도 준비했어요. 호랑이 탈을 쓰고 숲 사이에서 “어흥!”하고 튀어나오거든요. 진짜 코스 안에 호랑이가 있는 것 같아서, 참가자들이 엄청 즐거워하셨어요.” – 강한울 주임

예측불허, 아찔했던 순간들

세심하게 준비한 축제였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예상 밖의 상황을 만든 프로그램은 스탬프 투어였다. 전시원을 따라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구절초 로고가 새겨진 유리컵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인기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유리컵이 소진되기 시작했고, 임새랑 주임은 재고 상황을 확인하느라 하루 종일 현장을 뛰어다녔다.

“스탬프 투어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원래는 수량 제한이 없었는데 ‘이러다 정말 이틀 만에 다 없어지겠다’ 싶어 부득이하게 하루 제공 수량을 한정했어요. 그 부분은 너무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 덕분에 다음 해엔 더 충분히, 더 풍성하게 준비하자는 계획이 생겼습니다!” – 임새랑 주임

가든하이킹 준비 과정에서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다.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 가장 긴 ‘어흥 코스’ 한가운데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고심 끝에 행사 일주일을 남기고 코스 일부를 급히 변경해야 했다.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야속하게도 나무가 딱 그 길을 가로질러 넘어졌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안전’이니까요. 다행히 빠르게 우회 동선을 마련했고, 최종적으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코스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강한울 주임

봉화의 자생식물이 도시로 향한 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봉화군 자생식물의 유통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봉자장터’를 처음 운영했다. 4월 서울식물원 해봄축제, 10월 경기정원문화박람회, 11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봉자장터’는 봉화 지역농가가 도심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 판로를 넓히는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봄과 가을의 장터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개화시기에 맞춰 꽃이 풍성한 4월과 달리, 10~11월 장터가 다가오자 농가의 한숨이 깊어졌다. “가져갈 꽃이 없다”는 고민 때문이었다.

“특히 서울 청계광장 봉자장터는 걱정이 정말 컸어요. 내부 회의도 수없이 했죠. 그런데 막상 장터 날이 되자 걱정이 무색할 만큼 국화, 양치식물 그리고 직접 포장해온 구근과 씨앗까지, 농가 선생님들께서 준비를 풍성하게 해오셨어요. 청계광장은 유동인구도 많고 외국인 방문객까지 몰리는 장소라 부담이 컸는데, 선생님들께서 영어 응대도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현장 호응도 좋았고 결과적으로 청계광장에서 매출이 가장 높았어요.” – 박선우 주임

올해 봉자장터의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매출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참여한 농가들은 점점 소비자 취향과 시장 흐름을 직접 체감하며, 스스로 자신감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어떤 식물이 어디서 잘 팔리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고,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중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2025년 지방소멸대응 유공’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축제·장터·문화행사·판로 확장 등 다양한 지방소멸대응 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번 봉자페스티벌 기간에는 봉화군 정주 인구의 3.4배에 달하는 8만 8,000여 명이 수목원을 찾았고,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한 플리마켓 매출도 약 1억 원을 달성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 지역 예술인 역시 축제 무대를 통해 작품과 공연을 선보이며 활동 폭을 넓혔다. 또한 봉자장터를 통해 어떤 농가는 안동시 탈춤페스티벌 화단 조성, 식물 납품, 사후관리 계약까지 성사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작년부터 수목원 인근 식당과 손잡고, 축제 방문객에게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쿠폰’을 제공했어요. 저희는 참여 식당들을 소개하는 ‘지역 맛집 지도’를 만들어 축제장 곳곳에 붙였고요. 덕분에 마을 식당의 매출도 눈에 띄게 올랐죠. 올해는 식당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 쿠폰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논의했어요. 작년엔식당마다 혜택이 제각각이라 쿠폰북에서 한 장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모든 식당이 공통으로 쓰는 쿠폰 한 장으로 통일했고, 뒷면엔 참여 식당 이름을 쭉 적었어요. 훨씬 깔끔하고, 종이도 아끼고, 홍보 효과도 크게 올라갔습니다.” – 임새랑 주임

“가든하이킹 행사 때 봉화 사과를 알리는 판매 부스를 함께 운영했어요. 참가비의 50%를 봉화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봉화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구조라, 지역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요. 또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 강한울 주임

더 아름다운 ‘봉자’를 향해

축제와 행사를 모두 마치고 난 뒤, 세 직원들의 마음엔 여러 감정이 함께 남았다. 잘 마무리되었다는 뿌듯함,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내년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봉자페스티벌, 가든하이킹, 특별전시, 봉자장터 — 그 모든 과정에서 쌓인 경험은 올해의 끝이 아니라, 다음 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배움의 기록이 되었다.

“올해 처음 시도한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단체복이 의미 있었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이를 더 확장해보고 싶어요. 사용 후 폐기되는 현수막을 리사이클링해 파우치를 만들고, 축제장 연출에도 친환경 소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요. 현수막이나 목공 자재가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게 늘 아쉽더라고요. 축제는 잠깐이지만, 그 뒤에 남는 건 쓰레기 가 아니라 ‘가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 임새랑 주임

“가든하이킹 접수처에 인파가 몰리면서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년엔 사전 예약자에게 번호표와 준비물을 미리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을 도입해, 현장 혼잡을 줄일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습니다.” – 강한울 주임

“봉자장터를 진행할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올해는 대부분 비닐포트 그대로 판매했는데, 내년에는 장터 안에 분갈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원하면 그 자리에서 화분에 바로 심어드리고 체험도 곁들이는 거죠. 말 그대로 ‘원스톱 장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박선우 주임

올해의 시행착오와 작은 성과들은 결국 내년을 위한 ‘밑그림’이 된다. 각자의 업무 역할은 다르지만 세 사람의 바람은 같다. 올해보다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지역과 단단히 이어지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 마음이 쌓여 내년의 봉화는 분명 올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날 것이다.

숲으로 모이고,
지역과 더 가까워지는 축제
봉자페스티벌 & 가든하이킹
이색 토크서로를 생각하며
케이크를 빚는 시간
한수정 직원들의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