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한수정

이색 토크

서로를 생각하며
케이크를 빚는 시간

한수정 직원들의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세종시 ‘제이케이크아트’

바쁜 시기가 이어질수록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커진다. 케이크 클래스에 모인 한수정 직원 네 명도 마찬가지였다. 케이크를 들고 돌아갈 사무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동료들을 떠올리며… 이날의 플라워 케이크 클래스는 단순한 만들기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라는 마음을 빚는 작은 휴식이 되었다.

색을 고르는 일

가장 멀리 봉화에서 온 박소희 주임이 도착하고,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수업이 시작된다. 강사는 샘플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을 건넨다.

“오늘 만들 꽃은 조금 찌그러져도 괜찮아요. 자연물은 완벽하지 않아도 예뻐요. 중요한 건 색이에요. 예쁜 색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떤 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그제야 모두 앞에 놓인 하얀 생크림을 바라 본다. 말 그대로 ‘빈 캔버스’ 같은 크림. 조색볼에 크림을 뜨고, 색소 통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손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박소희 주임은 메리골드를 닮은 선명한 오렌지를, 강지우 주임은 따뜻한 살구색을, 이서영 대리는 좋아하는 프리지아를 떠올리며 레몬빛이 도는 노랑을 골랐다. 박유진 주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휴대폰을 꺼내 파란 튤립 사진을 확인한다.

“저는 파란색을 골랐어요. 파란 튤립을 가장 좋아해서요.”

분홍, 살구, 노랑, 하늘색— 조색볼 안에서 크림이 몇 번이고 뒤집히고 섞일 때마다 각자의 ‘오늘’도 한 겹씩 색을 입으며 더 또렷해진다. 하지만 막상 섞고 나면 기대했던 색과 다르게 나올 때도 있다.

“괜찮아요. 자연물은 한 가지 색이면 오히려 플라스틱 같아 보여요. 다른 색소를 더 넣어보기도 하고 옆 사람의 크림을 섞어보기도 하세요. 여러 색으로 섞일수록 더 예뻐져요.

색을 고르는 일은 결국 완벽한 색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새 웃음소리보다 살짝 떨리는 숨과 크림을 섞는 조용한 사각거림이 더 크게 들리고 있었다.

처음 짜보는 꽃, 서툰 손길을 받아들이는 연습

색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이제 진짜 ‘꽃’ 만들기가 시작된다. 강사는 짤주머니를 살짝 들어 보이며 시범을 보여준다.

“꽃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기둥을 세워야 해요. 크림으로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연필로 그림 그리듯이 꽃잎을 짜는 거죠.”

말로 들으면 쉬운데 막상 해보면 손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기둥을 세우는 것도, 짤주머니 끝의 팁 방향을 맞추는 것도,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도 모두 처음이다. 짤주머니 끝에서 나오는 크림은 힘을 조금만 달리해도 꽃 모양이 달라진다. 강지우 주임이 팁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을 때 이서영 대리가 몸을 기울여 조용히 알려준다. 처음엔 서툴던 손끝이 조금씩 길을 찾기 시작한다. 꽃잎이 한 겹, 또 한 겹 올라가면서 모양이 갖춰지고, 능숙해질수록 꽃들은 더 풍성해진다.

“의도치 않게 겹꽃이 됐네요. 갑자기 맨드라미가 돼버렸는데요?”

이서영 대리의 말에 세 사람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트레이 위 작은 꽃송이들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누워 있다. 처음 고른 색보다 조금 더 진한 색을, 혹은 전혀 다른 채도의 색을 다시 섞는다.

“이제야 하고 싶은 색을 만났어요.”

그렇게 꽃들은 점점 각자의 ‘성격’을 갖기 시작한다. 프리지아를 꿈꿨지만 맨드라미처럼 풍성해진 꽃, 파란 튤립을 떠올렸지만 어쩌다 파란 수국 느낌으로 흘러간 꽃, 메리골드를 상상했지만 미묘하게 다른 ‘나만의 노란 꽃’. 오늘 만든 꽃들은 결국 그 사람의 손, 그 사람의 감정, 그 사람의 리듬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케이크 위에 작은 정원을 심다

트레이 위에 꽃이 가득 모이자, 이제는 케이크 위에 꽃들을 심는 시간이다. 하얀 생크림 케이크가 각자의 자리 앞에 놓이고, 테이블은 이제 ‘정원 가꾸기’의 장면으로 변한다.

“모든 꽃이 다 잘 보일 필요는 없어요. 못생겼다고 느껴지는 애들은 밑으로 깔고, 마음에 드는 애들은 위로 보내주면 돼요. 중요한 건 균형이에요. 화단에 꽃을 심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기둥을 살짝 잘라내고 가위 끝을 넣어 꽃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하얀 케이크 위로 옮겨 놓는 순간 작은 탄성이 새어나온다. 듬성듬성 놓인 꽃들 사이로 다시 꽃을 얹고, 꽃들 위에 한두 송이를 더 올려 입체감을 준다. 꽃이 모두 자리 잡고, 수술과 잎사귀가 하나씩 더해지자 케이크는 마침내 ‘완성된 정원’의 모습을 갖춘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 ‘글씨 쓰기’가 남았다.

“이 케이크, 누구랑 같이 드시고 싶으세요?”

수업을 시작할 때 던졌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케이크를 만드는 내내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모두 편지를 쓰듯 천천히 첫 글자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레터링에는 각자의 부서명—운영지원실, 안전환경실, 산림생태복원실—이 적혔다. 그리고 강지우 주임은 오늘 발표를 마친 인턴들을 떠올리며 “발표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짧은 응원을 적었다.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동료들과 나눠 먹고 싶어요.”

네 사람 모두, 결국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MINI INTERVIEW

이서영 대리

이서영 대리
케이크 만들기는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근데 시작하고 나니까 금방 집중하게 되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오늘 함께한 분들을 조금 더 알게 된 자리여서 더 좋았습니다. 이 케이크는 운영지원실 분들이랑 나눠 먹을 거예요.

박유진 주임

박유진 주임
케이크 만들면서 제 취향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파란 튤립을 좋아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파란색에 손이 가더라고요. 이 케이크는 안전환경실 분들이랑 같이 나눠 먹으려고요.

강지우 주임

강지우 주임
오늘 막상 해보니까, 제 손이 많이 서투르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오늘 인턴 분들이 마지막 발표를 하거든요. 준비한다고 며칠 동안 정말 고생해서… 이 케이크는 그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려고요.

박소희 주임

박소희 주임
멀리서 오긴 했는데, 그만큼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제가 여기 온다고 하니까 부서 분들이 다들 케이크 기다린다고 하셔서 내일 바로 들고 가서 같이 먹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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