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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문화를 체험하면서 배우는
국내 최초의 정원문화 전문기관
정원문화를 체험하면서 배우는 국내 최초의 정원문화 전문기관
국립정원문화원
2025년 5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국립정원문화원(이하 문화원)을 시범 개장했다. 정식 개장을 앞두고 무료로 공개된 이 공간은 총 7ha(약 21,000평) 규모의 부지에 생활정원, 소재정원, 문화정원, K-가든 등 4개의 야외정원과 15개의 주제정원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단순히 꽃과 나무를 감상하는 전시장을 넘어, 배우고 가꾸며 함께 만드는 ‘정원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아직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원이란 원래 완성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는 법. 나무 한 그루를 심고, 비를 맞고, 햇볕을 품고, 나무 그늘 아래 이야기를 얹는 일상의 축적이야말로 진정한 정원문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화원은 지금,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정원문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국립정원문화원은 한국형 정원문화의 거점으로서 ‘배움과 실천’이라는 정원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정원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물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정원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정원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시민정원사 양성과정, 공공정원 설계 교육, 정원해설사 교육, 실무형 정원전문관리사 과정 등의 교육으로 정원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전 연령이 참여 가능한 대나무 반려식물 키트 만들기, 지구 마스크 만들기 같은 체험형 수업은 정원을 감각적으로 익히는 창의적 교육 모델로 주목받는다. 문화원은 교육을 통해 정원문화를 일상 속 배움으로 확장하며, 나아가 K-가든의 세계화와 정원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더 큰 비전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걸어가고 있다.

청춘, 사랑, 대지, 지성… 향기로 말하는 정원의 언어
문화원의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갤러리온실이다. 이곳은 정원의 언어를 ‘향기’라는 감각적 매개로 풀어냈다. 문화원의 첫 기획 전시인 〈향기의 서사〉는 자연 속 향기들이 품은 삶의 기억과 감정을 조명하며, 관람객을 시공간을 초월한 감성의 정원으로 이끈다. 막 피어난 꽃처럼 생기 넘치는 ‘청춘의 향기’, 장미와 제주도 하귤이 어우러진 ‘사랑의 향기’, 흙 냄새를 그대로 살린 ‘대지의 향기’는 자연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오래된 도서관이나 책방의 냄새를 모티브로 한 ‘지성의 향기’는 시간의 축적을 담은 정원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정원을 구성하는 것은 꽃과 나무만이 아니다. 기억의 파편, 감정의 잔향, 시간을 머금은 공기까지— 갤러리온실은 이 모든 것을 담아내며 ‘정원은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K-가든과 수풀재
문화원은 한국형 정원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세계 각국에 K-가든을 보급하기 위한 K-가든 모델 정원과 운영 가이드를 구축 중이다. 이를 위해 조성된 K-가든지구는 K-숲정원, 약초정원, 솔향정원, 한옥정원 등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문화원의 대표 수종인 노각나무와 우리나라 대표 활엽수인 참나무, 층층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어 한국 정원의 생태적 감수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야외정원 한가운데에는 한옥쉼터 ‘수풀재’가 있다. 수풀재는 ‘나무와 정원이 어우러진 비움의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도 체험, 인문학 강의, 전시 등이 진행되며 문화·학습·휴식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수풀재 주변에는 봄과 가을이면 하얗게 피어나는 메밀밭이 드리워져 있다. 한편, ‘대나무의 고장’ 담양의 지역성을 살려 조성된 대나무숲도 눈길을 끈다. 이 숲은 정원 교육 수료생들이 직접 만든 대나무 동산으로, 교육과 실습의 결과가 실제 공간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