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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회복을 심는 사람들

자연의 회복을
심는 사람들

국립세종수목원 자생식물종자공급센터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가속화되는 시대,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2023년부터 주요 생태축을 중심으로 자생식물 복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올해 5월에는 국립세종수목원에 자생식물종자공급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종자 확보부터 대량 생산까지, 생태복원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현장. 그 중심에 있는 식물소재사업실 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

식물은 한곳에 뿌리를 내린 채 살아간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에, 오랜 시간 머문 그 땅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며 고유한 유전적 특성, 즉 ‘식물 개성’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이나 훼손 등으로 서식지를 잃게 되면, 단순히 한 종이 아니라 그 지역에만 존재하던 생태적 다양성까지 함께 사라진다.
자생식물종자공급센터(이하 센터)는 이런 식물들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을 한다. 특히 접근이 어려운 도서·연안 및 난대성 지역을 중심으로 복원대상 식물을 선정하고, 그 지역의 토종 종자를 수집·증식해 다시 그 땅에 심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되살린다. 그렇게 식물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자연은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남재익 실장은 국립세종수목원 자생식물종자공급센터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번 센터의 설립은 자생식물 복원의 양적·기술적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백두대간 센터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 환경 제어 시스템을 갖춘 유리온실과 스마트 육묘장을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생태 복원이 가능해졌습니다.”

산불 이후, 우리 손으로 되살리는 땅

올해 초 대규모 산불이 전국 곳곳을 휩쓸었다. 타버린 산과 무너진 생태계는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산림 복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만큼 센터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졌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훼손지에 적합한 자생식물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센터에서 종자와 묘목을 해당 지역에 공급하는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산림청과 지자체는 물론, 일부 민간 기업이 ESG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하며 힘을 보탰고, 지역주민들 또한 생태 회복의 중요한 동반자로 복원 작업에 함께했다. 신재권 팀장은 ‘그 지역에서 자란 식물을 다시 그 지역에 심는 일’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한다.

“산불이 난 뒤, 그 지역 인근에서 종자를 채집해 직접 키운 나무가 다시 자기 고장에 심긴다는 점에 주민들이 큰 의미를 두시더라고요. ‘우리가 우리 산을 되살렸다’는 자부심 같은 거요.”

씨앗에 기술을 입혀,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자생식물의 복원과 확산에 속도를 더하는 핵심 기술, 바로 ‘종자 코팅을 활용한 자동파종 시스템’이다. 센터는 올해부터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자생식물의 대량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종자 코팅은 말 그대로 씨앗을 특수성분으로 감싸는 기술이다. 발아를 유도하는 물질이나 미량 영양소를 함께 입혀, 씨앗의 생육 환경을 개선해 발아율과 생존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종자 코팅을 하면 자생종자의 초기 발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기존 수작업에 비해 시간과 인건비가 50배 이상 절감됩니다. 복원뿐 아니라 수목원, 지자체, 공공기관 등 다양한 수요처에 자생식물을 대량 공급하는 기반이 되는 거죠.”

이 기술은 현장에서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센터는 전라북도 부안군의 요청으로 변산향유 1만 본을 공급했다. 변산향유는 변산반도에 자생하는 향기로운 보라색 꽃으로, 지역의 특산식물이자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종자 코팅을 통해 대량 생산된 변산향유는 부안군의 지역 축제와 홍보 콘텐츠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올가을 국립세종수목원의 축제에서도 변산향유와 구절초가 전시되었는데, 이 또한 종자 코팅 기술을 적용해 대량 생산된 식물들이다. 특히 세종 지역 농가가 직접 재배에 참여하고, 다시 수목원에 식재하는 구조는 지역 상생의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이 사업을 담당한 김영률 대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종자 코팅 기술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아요. 각 지역의 특산 자생식물을 활용해 그 지역만의 생태적 정체성을 살릴 수 있죠. 또 지자체와 연계해 축제나 도시공간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어요. 덕분에단순한 복원을 넘어, 지역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립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

개원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센터는 매일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이 식물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정작 해당 종자를 확보하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도 있었다.

“올해는 다양한 수종의 종자를 공급하고, 묘목도 보다 체계적으로 대량 재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또 사라져가는 자생식물의 생육 환경에 맞춘 시설과 재배 매뉴얼도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나둘씩 사업의 폭을 넓혀가는 단계죠.”

멸종위기종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복원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 일반 자생식물은 지역별 수요에 따라 공급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꽃이 피는 동백나무나 소나무처럼 관상 가치가 높은 특정 수종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남재익 실장은 그럴수록 센터가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해 설득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센터는 단순히 ‘이 식물이 좋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다양한 자생식물이 관상적으로도 매력적일 뿐 아니라, 건조나 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고 있어요. 관리가 덜 들고 생존율도 높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지역사회에서도 신뢰를 갖고 마음을 열더라고요.”

남 실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아직 자생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와 사람들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센터는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생식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환경의 날에도 시민을 대상으로 자생식물 복원의 의미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센터는 오늘도 한 알의 씨앗을 틔우며,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남재익 실장│식물소재사업실

남재익 실장│식물소재사업실
찔레꽃은 가시가 있지만 매우 향기로운 꽃입니다. 저도 겉으로는 까칠해 보여도 속은 따뜻하거든요.

신재권 팀장│식물소재사업실 식물양묘팀

신재권 팀장│식물소재사업실 식물양묘팀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식물입니다. 저도 그런 존재이고 싶어요. 대체 불가한 센터의 유일무이한 사람으로요.

김영률 대리│식물소재사업실 식물양묘팀

김영률 대리│식물소재사업실 식물양묘팀
진달래는 제게 특별한 꽃입니다. 드디어 진달래 같은 사람을 만나 지금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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