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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토크

꽃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이야기

한수정 직원들의 꽃바구니 만들기
@세종시 ‘리브위드’

무더운 7월의 화창한 오후. 네 명의 한수정 직원들이 꽃바구니 만들기 클래스에 참여했다. 세종시 본원에서 온 권지혜 주임과 서정민 주임 그리고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온 김고운 대리와 김혜진 주임. 각기 다른 감성과 손끝으로 완성한 4인 4색 꽃바구니. 그들이 마주한 건 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이었다.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

테이블 위 각자의 자리에는 꽃가위와 플로럴폼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오늘의 주제는 ‘자기만의 꽃바구니 만들기’. 클래스는 플로리스트의 시연으로 시작됐다.

“꽃꽂이는 미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정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정원의 꽃들이 저마다 다르게 피어나듯, 여러분의 꽃바구니도 각기 다른 개성과 아름다움을 가지게 될 거예요.”

수업의 첫 단계는 초록색 잎사귀로 베이스를 만드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꽃을 꽂기 전, 그린 소재들로 기본 구조를 잡아가는 시간. 참여자들의 손도 바빠진다. 절반 이상이 초록 베이스를 완성하고 꽃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서정민 주임은 옆 사람들의 바구니를 살펴보더니 “다들 빠르시네요”라며 웃음을 짓는다.

“이걸로 성격 테스트 되는 거 아니에요?”

누군가의 농담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완성된 그린 베이스 위에 가장 먼저 꽂을 꽃은 풍성한 형태로 중심을 잡기에 좋은 다알리아. 이어서 줄리에타와 시크릿이란 이름의 장미들까지 하나둘 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다들 꽃을 고르고, 어디에 어떻게 꽂을지를 천천히 고민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수업에 집중해간다.

“꽃을 꽂을 때 그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요. 섬세한 사람은 잎 하나도 고르게 다듬고, 대담한 사람은 큰 꽃을 먼저 꽂고요. 손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이 보이죠.”

플로리스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구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제 큰 꽃들이 들어간 나머지 자리에 작은 꽃들을 꽂는다. 꽃을 어디에 얼마나 어떤 높이로 꽂는지에 따라 꽃바구니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가운데가 비어 있죠? 그럴 땐 짧은 아이를 가운데 먼저 넣고 나머지를 바깥쪽에 채워보세요. 꽃이 앞에서 나를 보고 있어야 해요. 바구니 손잡이를 기준으로 앞면엔 꽃을 70%, 뒷면엔 30%만 넣어주세요.” 손끝이 망설일 때마다 선생님은 조용히 다가와 조언을 건넸다.

“너무 어려워요… 정원과 식물과 관계되는 일을 하지만,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지고 꽂아본 건 처음이에요.”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보던 직원들이 직접 꽃을 고르고, 줄기를 자르고, 물을 채워 넣는 순간은 마치 정지된 한 프레임처럼 고요했다. 꽃을 꽂는다는 단순한 동작 안에 집중, 감각, 취향, 감성이 켜켜이 담긴다.

계절의 꽃, 사람의 결

신지매, 구름초, 맨드라미, 투베로사, 황화코스모스… 이 계절에만 피는 꽃들이다. 장미나 거베라처럼 하우스에서 사시사철 만날 수 있는 꽃과 달리, 이 꽃들은 계절이 지나면 다시 보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잔잔한 들풀같은 이 꽃들이 커다란 꽃 사이사이를 메꾸기 시작하자, 꽃바구니엔 계절의 싱그러움이 한층 더해진다. 하지만 큰 꽃보다도 오히려 작은 꽃을 꽂을 때 더 어려워했다. 전체의 흐름과 조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배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고운 대리는 맨드라미 앞에서 유독 망설인다. 어디에 꽂아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다 결국 다시 꽃을 빼고 만다.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와 말한다.

“이 맨드라미, 꽂기 어렵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치렁치렁한 리듬 있는 소재가 좀 낯설 수 있어요. 길이를 조금 줄여볼까요? 그러면 훨씬 안정적으로 들어갈 거예요.”

줄기를 살짝 다듬은 맨드라미가 바구니 가장자리로 들어가자, 전과 다른 리듬이 바구니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함께여서 더 특별했던 하루

모두가 조용히 손만 움직이고, 어느새 말 대신 가위 소리만 들리는 시간. 권지혜 주임이 그 적막을 깨고 웃으며 말했다.

“이게 하다 보면 되게 집중하게 되네요. 음악도 너무 좋고요.”

형태가 잡혀갈수록 참여자들의 손놀림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여백을 메우고, 빠진 자리를 채우며 바구니는 점점 자신의 얼굴을 갖춘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각자의 꽃바구니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같은 수업, 같은 재료로 만들었지만 완성된 네 개의 바구니는 모두 달랐다. 대담한 리듬이 있는 바구니, 가지런히 정리된 단정한 스타일,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구성까지ㅡ 각자의 손끝에서 각자의 개성이 피어났다.

“이 꽃, 누구에게 줄 건가요?”
“저한테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죠.”
“얼마 전 결혼했는데, 제 배우자에게 주려고요.”

꽃바구니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 있었다. 손끝에 집중하며 나를 돌아보고, 함께 웃고 감탄하며 서로를 이해했던 시간. 바구니마다 담긴 꽃처럼 그날의 기억도 저마다 다르게, 하지만 모두 아름답게 마음속에 남았다.

MINI INTERVIEW

권지혜 주임

권지혜 주임
정말 재미있었고, 마음까지 힐링되는 시간이었어요. 꽃바구니는 제 자취방에 예쁘게 꾸며놓을 거에요. 나에게 주는 선물로요!

김혜진 주임

김혜진 주임
살면서 처음 해봤는데, 꽃으로 계속 꾸며야 하니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런데 막상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직무와 전혀 다른 일이어서 오히려 더 특별했습니다.

김고운 대리

김고운 대리
업무에서 벗어나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던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봉화로 돌아가는 길에 꽃바구니까지 같이 들고 가니 괜스레 뿌듯합니다.

서정민 주임

서정민 주임
화분이나 야외 식재만 하다가, 이렇게 섬세한 꽃꽂이는 처음이었어요. 꽃을 다루는 방식이 무척 신선했고, 사무실을 벗어나 조용히 꽃을 바라보며 집중한 시간이 뜻밖의 쉼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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